[논산명품길 문화산책 동행기] “논산에는 흙길도 다 있네요!”담양문화원, 논산 반야산 오솔길 걸어
“문화산책길” 바람, 김홍신문학관에서 시동
지난 9일(토) 오전, 김홍신문학관에 버스 한 대가 도착하였다. 40여 명이 내렸는데, 대부분 고령층이었다. 강성남 담양문화원장과 일행은 문학관 관람을 시작하였다. 3층까지 둘러본 다음 강 원장은 “이제부터 관촉사까지 걸어가려 한다”고 밝혔다.
문학관을 찾는 버스 방문객들은 대부분은 다음 일정을 염두에 두어서 그런지 서두르는 분위기였는데, 이번 담양팀 양상은 다소 달랐다. “어떤 길로 가는 게 좋은지” 이 질문의 답에 한계가 있다고 느낀 기자는, 일순 길라잡이를 자처하게 되었다. 유태평양이 노래한 <대나무소리> 작시자가 김홍신 작가이고, 아울러 문학관 울타리가 대나무로 도열되어 있음을 대나무고을 담양군민들에게 해설한 후 기자는 카메라를 들쳐 메고 출발하였다.
반야산 골논의 농로(흙길 신작로)
논산사람 대부분은, 초입 안내판 그림대로 문학관 뒤란의 등산로 계단으로 하여 반야산을 오른다. 기자는 “고령자도 계시니 좀 편한 길로 가시는 게 어떠한지” 양해 구한 다음, 골자기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산밑의 신작로길을 구비치면 다랭이논들이 펼쳐지는데, 그 논을 가로지르는 길까지는 트랙터 등이 진입할 수 있는 흙길이다. “논산에는 비포장 신작로도 남아 있네?” 대열 어디선가 흘러나온 말이다. 그러고 보니 전국 어디서나 흙길은 귀한가 보다. “그 옛날 먼지 나던 신작로길 어디 없을까요? 외지 사람들이 찾던데 논산에서는 못 찾겠어서요....” 얼마 전 이 요청을 받고 기자는 잠시 망서린 적이 있었다. 관심을 갖고 찾아보면 시내 한가운데에도 흙도로가 좀 된다. 특히 반야산에는 차량 진입도 가능한 신작로가 두어 곳 관통해 있다.
골논의 너른 농로길은 길지 않다. 골논 양쪽으로는 맑은 계곡물이 졸졸 흐르는데, 동쪽 실개울을 지나면서 농로는 한 사람 겨우 지날 오솔길로 급변한다. 호젓한 숲길 따라 올라가면 큰 흙길 신작로를 다시 접한다. 사시사철 잠겨있는 건양대학교 후문 기숙사쪽 막다른 길이다. 그 날맹이에서는 좌회전만 허용된다. 막무가내로 직진한다면, 그 밑으로 10여 채의 주택이 기다리고 있다. 그 중 어떤 집은 지반을 높게 다졌고, 그래서 30여 년 넘기 힘들었던 건양대 펜스보다 높아진 지대도 생겨났다. 대부분 신축건물이고, 반야산을 향해 계속 돌진해가려는 태세다.
그 날맹이 바로 너머 양지밭의 널럴한 봉분이 파묘되어 있다. “나 내일 영화 예약했어, 파묘!” 산행하면서 나누는 대화가 문화롭다. “의사보다는 좋은 요리사가 낫다” “愼獨 신독 – 홀로 있을 때 삼가고 조심하라” “충고는 서서히 조금씩 하는 것이 확실한 효과를 거둔다- 르시안” 누가 써놓은 글귀들인지 모르겠지만, 문화산책 분위기 자아내는 길벗들이다.
반야정 맨발길 도중의 안향과 호랑이바위
가끔 토끼도 노니는 장승제작소 앞마당에 이르러 관촉사로 내려가는 길로 안내하려고 하자, 민응철 TRT 회장이 제동을 건다. “여기까지 온 이상 정상은 밟고 가자”는 제안! 좌향좌 하니 논산시민들 행렬과 합류다. 도중에 상당한 크기의 안향(安珦)상이 좌정해 있다. “논산은 기호유학의 중심지로서, 노성에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이 생겼다. 거기 주최로 안향에 대한 세미나도 열렸고 책으로도 엮어져 나왔다”고 설명하자 질문이 쏟아진다. “지금이라도 한유진 가보면 안되겠느냐?” “논산에 토굴법당이 있다고 들었다. 그게 어디냐?”
기자는 “석회석 탄광 갱도를 법당으로 변모시킨 반야사는 가야곡 삼전리에 있어서, 지금 가려 하는 북쪽 방향(입암저수지)와 동선이 맞을지 모르겠다”고 답변하면서, 포토존 한곳을 지목했다. 안향상 뒤쪽 절벽에 위치한 바위, 호랑이바위다. “호랑이처럼 생겨서가 아니라, 호랑이가 여기 갈라진 두 바위에 다리 하나씩 올려놓고서 동네를 내려다보며 포효했던 바위라서 붙은 이름”이라며, “여러분은 논산사람도 잘 모르는 바위에서 촬영하는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눈 들어보니 정상 반야정(般若亭)이 코앞이다. “논산 맨발족들이 넘나드는 빨딱고개”라고 설명은 했지만, 초봄 맨발은 쉬 보이질 않았다. 호랑이처럼 탑정호쪽을 내려다본 다음에서야 하산 개시~~ 관촉사로 내려가는 길은 계단과 흙길이 평행선이다. 고령자들에게 가파른 내리막길은 난코스였지만, 각자 알아서 조심조심 발걸음을 떼었다.
“연무대가 어디쯤인가요?” 하산길 질문에 기자는 팔을 뻗어 가리키면서 그 연유를 물어보았다. “걸핏하면 빠따 맞고 뺑뺑이치던 생각이 나서 그러지” 연무대 훈련시절이 아직도 징그러운지, 못 잊을 추억인지 속내는 알 수 없다.
관촉사 경내로 진입하니, 천년고찰답게 조용하다. 미륵불은 보수가 끝나서 건재하지만, 또다른 문화재들은 두건을 덮어쓰고 있다. 와중에도 단체사진을 찍을 여백은 나와 주었다. 기자의 반야산 길라잡이는 거기까지였다. 강성남 담양문화원장과의 일문일답은, TRT모임이 논산 투어 마친 다음 이루어졌다.
[강성남 담양문화원장 일문일답]
“탑정호 말고 논산만의 것, 뭐 없나요?”
Q : 오늘 코스가 어떻게 되는지요?
= 김홍신문학관 방문 ~ 반야산 산행 ~ 관촉사 은진미륵 ~ 쭈꾸미집에서 점심 ~ 벌곡 은빛자연휴양림 ~ 계룡시 입암저수지입니다.
Q : 이번 코스에 김홍신문학관이 포함된 연유가 궁금하네요.
= 그간 우리는 논산을 두 번 다녀왔어요. 작년에 탑정호 둘레길과 탑정호옆 자연휴양림으로 해서요. 금년 여행지는 갑진년 새해를 맞아 기도처를 찾던 중 관촉사를 생각하면서, 인근에 반야산과 김흥신문학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Q : 나이 70 이상 고령에 산행이 무리가 아닌지요~?
= 우리 모임에서 최고령자는 87세세요. 교직 은퇴하고나서 노인회장과 담양향교 전교도 역임하셨는데, 산행은 여전히 현역이시랍니다. 우리 모임 TRT는 Top Road Tour 약자로서 ‘최고의길 여행’입니다. 2018년에 모였어요. 평소 산악회 산행 즐기시던 분들이 나이 들고 보니까 산행이 어려워지잖아요? 해서,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둘레길 위주로 여행을 하게 된 거랍니다. 여행 가서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도 들여다보고 특색있는 음식도 즐기자는 취지랄까요. 회원은 임원 지인들이 참여하고, 그게 입소문 나서 자발 참여하게 되었는데, 현재 정회원은 65명입니다. 매월 2번째 토요일 떠나고요, 참여시 회비는 5만원인데, 물론 여행자 보험비 포함입니다.
Q : 노년을 멋지게들 보내시네요?^ 관촉사에서는 어떠셨나요?
= 은진미륵보살상을 30년 전 보았는데, 그 상을 많이 보강해선지 고찰, 정겨운 불상이라는 감이 다소 떨어진달까요. 산 중턱 삼성각의 기운은 그대로인 것 같아요. 관촉사 앞 사유지 건물들이 거슬리더군요. 시에서 매입하여 한옥 분위기로 조성하면 좋겠다 싶어요. 불교관련 박물관, 교육관, 갤러리 등 시민공간으로 활용한다면 관촉사도 더 돋보일 거 같습니다만. 점심으로 산아래 쭈꾸미집을 찾았어요. 약간 매웠으나 대부분 호평이었던 거 같아요. 종업원들이 매우 친절하더군요.
Q : 은빛자연휴양림과 입암저수지 매력이 무엇이었을지 궁금합니다.
= 벌곡면 은빛자연휴양림은 메타세콰이어길이 인상적이었고요, 특히 포장되지 않은 산책길이 멋졌어요. 산책로 주변을 꽃길로 단장하면 금상첨화겠다 싶고요, 조각품 등을 좀더 보강하면 전국 명소가 될 거 같아요. 휴양림과 저수지는 누구 추천을 받은 게 아니라 인터넷 보고 정한 코스거든요. 입암저수지 둘레길은 규모는 작지만 단정하게 가꾸어진 느낌입니다. 진입로가 협소하고 안내표지판이 없어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요....
Q : 논산에 대하여 총평을 한다면요?
= 논산은 역시 군사도시로 알려져 있고, 관광지로는 탑정호 외에 별로 알려진 곳이 없는 거 같아요. 탑정호 주변 매운탕은 최고였습니다. 논산은 앞으로 또 오게 될지, 온다면 어디를 더 가야할지 망설여지기는 해요. 반야사와 오늘 추천해주신 한유진과 종학당 코스는 한번 논의해 보겠습니다.
- 이진영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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