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제종합병원과 동고동락한 37년 간의 세월
조순숙 간호조무사는 부여 세도에서 태어났다. 그곳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는 공주에서 나왔다. 그리고 대전에 있는 대전간호학원에서 1년간 간호 공부를 수료한 후, 다음 해인 1987년 5월28일 백제종합병원에서 입사하며 무한한 헌신과 따뜻한 마음을 상징하는 백의천사(白衣天使)의 길을 걷게 되었다.
조 간호조무사에게 처음 병원에 입사해 근무했을 당시의 상황을 묻자, “제가 백제종합병원에 들어왔을 당시에는 지금의 본관 건물만 있었어요. 당시 첫 발령 된 곳이 신경외과 병동이었는데, 3교대로 근무도 해야 되면서 처음 근무하는 것이라 병원 생활에 적응하기가 많이 힘들었다”고 회상한다.
그러면서 조 간호조무사는 “5년 정도 근무하고부터 병동근무에서 외래근무로 바뀌고, 입사 7년차가 되는 1994년 10월에 장기근속자 해외연수로 ‘괌&사이판 연수’를 떠났을 당시를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이라면서 “그것이 그녀의 첫 번째 해외여행이었기 때문에 더욱 추억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한달 후인 1994년 11월에 조 간호조무사는 평생 반려자와 화촉을 밝혔다. 그해 대한민국은 1인당 GDP가 처음으로 1만 달러를 돌파하며 포르투갈를 추월했고, DRAM 반도체 경기 호황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하늘 높은 줄 몰랐다.
그녀는 행복한 직장생활과 결혼생활을 하면서 두 아들 모두 백제종합병원에서 출산했다. 그렇게 행복이 익어가는 즈음, 2013년 어머니를 그리고 2019년 아버지를 저세상으로 떠나보내는 슬픔을 맞게 된다. 사실 부모님께서 육아를 도와주셔서 병원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이기에 그녀 입장에서는 부모님을 잃은 슬픔이 더욱더 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37년간 간호조무사로 근무하면서 느낀 ‘간호’ 업무에 대한 소회를 묻자 그녀의 대답은 명료하다.
“간호조무사는 간호사의 지시를 받아 업무를 처리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하는 일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넓은 의미에서 ‘간호’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간호사는 의사들을 도와 진단과 검사, 치료를 하고 중환자의 생명유지 장치를 관리합니다. 그러면서 환자들의 침대시트도 갈고, 식사와 배변을 돕고, 환자들 곁에서 그들을 지켜보며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런데 그런 ‘간호’가 전문적인 의료가 아닌 ‘잡일’로 무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의료행위뿐만이 아니라 환자를 돌보는 여러 ‘잡일’들이 오히려 환자들의 치료에 영향을 미치는 더 중요한 측면으로서 ‘간호’의 핵심이 아니겠냐?”고 반문한다.
조 간호조무사는 “간호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는 일이다”라며, “병 때문에 아프기도 하지만, 병든 사람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에 대한 공감과 연민, 그리고 이들을 위해 일하겠다는 ‘사명감’이 먼저”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조순숙 간호조무사는 “지난해 재직 36주년으로, 감사패와 함께 10돈짜리 황금열쇠를 받았는데 한 일도 없이 어느새 36년이란 시간이 흘렀다는 생각이 앞섰다”며, “개원 42주년을 맞이하는 백제종합병원의 직원으로 자부심을 느끼며, 충남을 넘어 대한민국 최고의 병원이 되는 그날까지 더욱 더 최선을 다하고 성실히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피력한다.
지역거점공공병원이 없는 논산으로서는 대안이 될만한 민간종합병원에 대한 공익적 거버넌스를 양성할 필요성이 충분하다. 그 이유는 실질적으로 대도시의 대형병원에 비해 논산과 같은 도농복합도시는 의료취약지로서 응급의료 및 의료사각에 몰린 서민과 취약계층의 진료가 많은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와같이 상대적으로 공공성이 훨씬 많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지원이나 재정면에서의 불이익 등으로 병원 운영에 적지 않은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비근한 예로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발발하자, 백제종합병원은 보건소보다 8일 먼저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며 지역내 코로나 확산 저지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
앞으로 ‘도시의 품격’은 ‘질 높은 의료서비스’로 결정된다. 따라서 논산시민의 마지막 안전판인 백제종합병원을 지역 내 공공의료를 수행하는 거점병원으로 키워가는 일은 논산의 백년지계를 위해서라도 소홀해서는 안 될 것이다.
- 전영주 편집장 <저작권자 ⓒ 충지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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