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바라보는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신은겸 시인과의 대화에서 시인의 이야기를 쫓아가다 보니, 그녀 자신의 삶 속에서 길어 올린 ‘현재의 나 자신을 더 사랑하자’는 담백한 메시지가 전달된다. 그녀는 “삶을 억지로 붙잡는다고 해도 결국 올 것은 오고야 말고, 갈 것은 가고야 만다”며, “아픈 말 한마디에 형체도 없는 허상에 매달려 불면의 밤을 보내는 바보 같은 삶은 살지 말자고 다짐하면서도 결국 그 삶의 허상에 매달려 더욱 힘들었던 지난날을 감회한다”고 회상한다. 그러면서 “결국 매화는 매서운 겨울바람 속에서 향기를 품고 있음을 이 나이가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며, “지금의 나를 더 사랑하며 나를 바라보는 삶을 살아야, 나보다 더 많은 남을 사랑할 수 있지 않겠냐”는 말머리를 던진다. 과거와 미래 사이의 오늘이 과거의 결과지만, 그녀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시간이기에 “오늘의 나를 바라보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녀는 과거의 허무함과 팍팍한 현실, 그리고 원칙 없었던 삶을 고스란히 내려놓으며, 나만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소수보다 다수의 행복이 우선하는 신명나는 삶을 살아보겠노라고 이야기한다. 더불어 모든 것을 경배하는 아름다운 삶을 한 줄의 시로, 또는 한 편의 수필로 열심히 기록해 나가겠다는 각오도 남다르다.
강경 골뜸길에서 맺어진 ‘매화’와의 인연
신은겸 시인은 우울증으로 시달리던 지난해 강경 골뜸길 매화밭에서 “진리는 결코 밖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 속에서 찾아야 한다”는 원효의 깨달음을 체험한다. 그래서 그녀에게는 ‘봄을 일어서 세운다’는 입춘(立春)이 남다른 것이다. 당시 골뜸길에서 그녀에게 깨달음을 주었던 중국 남송시대의 비구니 스님의 게송을 소개한다.
신은겸 시인은 “전남 순천에 가면 낙안읍성이 내려다보이는 금전산에 ‘금둔사’라는 작은 산사가 있는데, 그곳의 매실나무가 동지섣달에도 꽃을 피운다”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금둔사는 백제 위덕왕 30년(583)에 창건했는데, 당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석조불상과 삼층석탑이 모두 보물로 지정돼 있죠. 정유재란(1597)때 명맥이 끊긴 금둔사를 다시 일으켜 세운 주인공이 바로 지허스님”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신은겸 시인은 “금둔사 지허 스님이 산 아래 낙안읍성에서 600여 년 묵은 노거수의 씨앗 한 움큼을 받아와 금둔사 산사 곳곳에 뿌린 게 1985년 쯤이라죠. 그 씨앗 중 일부가 살아남아 40년 가까이 엄동설한에 꽃을 피웠습니다. 음력 섣달에 꽃이 핀다고 금둔사 ‘납월매’라 불렀죠. 그렇게 겨울 매화 100송이나 피우던 금둔사 매화가 올겨울에는 꽃을 감췄습니다. 지난 가을 지허 스님이 입적했기 때문일까요?” 그러면서 신은겸 시인은 “매화꽃보다 더 숭고하고 아름다웠던 지허 큰 스님의 해맑은 얼굴이 그립다.”며, “지금 힘들고 지쳐 포기하고 싶어도 희망과 용기를 잃지 말고 조금만 더 견디고 이겨냈으면 좋겠습니다. 매서운 추위가 없다면 결코 매화 향기는 아름답지 않을 것입니다. 고난과 역경을 묵묵히 견뎌내고서 마침내 피어나는 매화처럼 마음속에도 이렇게 은은하고 향기로운 꽃을 피우면 얼마나 좋을까요. 빠르고 느림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에게나 꽃 피는 ‘희망의 봄’은 반드시 찾아옵니다”라고 이야기한다.
전영주 편집장 <저작권자 ⓒ 충지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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